728x90
반응형

 

🪴 에피소드 #07

〈다녀왔어요, 할머니〉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오늘은,
너무 늦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조용히, 그리고 따뜻하게 도착한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의뢰인은 조용한 말투로 이야기의 시작을 꺼냈어요.
“할머니께, 유리 카네이션을 드리고 싶어요.”

그 말 한마디에 담긴 시간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그는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꺼내기 시작했죠.


그에게 할머니는
어릴 적 함께 살았던 첫 번째 친구이자 보호자였어요.
팔씨름을 하자며 따라다니던 초등학생 시절,
늘 웃으며 상대해주던 사람이었죠.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서던 무렵,
할머니는 아프기 시작하셨어요.
처음엔 금방 돌아오실 줄만 알았대요.

그러던 어느 날,
병실엔 가족들이 모두 모였고,
할머니는 코에 호흡기를 꽂고 누워계셨대요.


그때, 가족들이 돌아가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지만…
그는 너무 무서워서, 할머니 곁에 다가가지 못했어요.
그저 문밖에서 조용히 서 있었대요.
다가가면… 정말 이별일 것 같아서요.


“그땐 몰랐어요.
인사를 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실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고,
그 후로 그는 30년을 지나도록
할머니의 손 한 번 제대로 잡아드리지 못한 걸
계속 마음에 품고 살아왔대요.


“30년이면 긴 시간이지만…
그날 놓친 인사 한마디는
그 마음속에서 한 번도 지나간 적이 없었어요.”


그는 이제 아빠가 되었고,
할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를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했어요.

“이번 어버이날엔,
딸아이의 손을 잡고
할머니를 찾아가려고 해요.”


그래서 저희는
시들지 않는 유리 카네이션을 화분에 담아
작은 헌사로 완성했습니다.

투명한 유리 화분 안에
붉은 카네이션 한 송이.
햇살이 닿으면 투명한 유리 안에서
그 꽃은 마치 ‘괜찮아, 다녀왔구나’라고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문장 하나—
“할머니, 다녀왔어요.”


그날, 또각엔
전하지 못했던 인사 하나가
30년을 돌아, 꽃이 되어
봄처럼, 다정하게 피어 있었어요.


 

📸 작품명: 〈시들지 않는 사랑을 담아〉
🔨 제작: 유리공방 또각
✍️ 글: Jiyu
📍 출처: Bonal [보통의 날]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는
유리처럼 투명하고 조심스러운 마음들을
이어붙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 2025. Jiyu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2차 사용을 금합니다.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