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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08 〈조용히 고친 것들〉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서로의 미소를 마주한
엄마와 딸의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
공방 수업에 두 분이 함께 찾아오셨어요.
조심스럽게 이름을 적고 자리에 앉으셨지만,
대화는 거의 없었습니다.
괜히 눈치를 보는 딸과,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은 듯 망설이는 엄마.
그 조용한 공기 속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유리를 꺼냈습니다.


엄마는 말했어요.
“딸아이 방에 놓을 조명을 만들고 싶어요.”
불이 꺼진 공간을 부드럽게 밝혀줄,
따뜻한 조명을요.

딸은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거울 도안을 펼쳤어요.
“그냥… 요즘 내가 좀 낯설어서요.”

그 말 한마디에
이 작품이 단순한 거울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사춘기.
말은 줄고, 눈빛은 닫히고,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시간들.
어쩌면 이 거울은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기 위한 용기이자,
누군가와 다시 마주보려는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작품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부러졌던 조명대를 꺼내 고치며
유리를 하나하나 이어붙였고,
딸은 투명한 유리 조각을
자신의 손으로 조심스럽게 깎아냈습니다.

많은 대화가 오간 건 아니었지만
함께 고개를 맞대고 색을 고르던 그 순간,
둘 사이에는 아주 조용한 빛이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작업이 끝날 무렵,
엄마는 말했어요.
“딸아이 웃는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게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고개 숙이며 인사하셨어요.
“선생님, 감사했어요.”

조명은 딸의 방에 놓일 예정입니다.
그리고 거울은,
언젠가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를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그 자리에 남아주겠지요.


그날, 또각엔
말보다 조용한 빛으로 전해진
두 사람의 마음 하나가 남아 있었습니다.

 

📸 작품명: 〈조명과 거울〉
🔨 제작: 유리공방 또각
✍️ 글: Jiyu
📍 출처: Bonal [보통의 날]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는
유리처럼 투명하고 조심스러운 마음들을
이어붙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 2025. Jiyu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2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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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07

〈다녀왔어요, 할머니〉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오늘은,
너무 늦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조용히, 그리고 따뜻하게 도착한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의뢰인은 조용한 말투로 이야기의 시작을 꺼냈어요.
“할머니께, 유리 카네이션을 드리고 싶어요.”

그 말 한마디에 담긴 시간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그는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꺼내기 시작했죠.


그에게 할머니는
어릴 적 함께 살았던 첫 번째 친구이자 보호자였어요.
팔씨름을 하자며 따라다니던 초등학생 시절,
늘 웃으며 상대해주던 사람이었죠.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서던 무렵,
할머니는 아프기 시작하셨어요.
처음엔 금방 돌아오실 줄만 알았대요.

그러던 어느 날,
병실엔 가족들이 모두 모였고,
할머니는 코에 호흡기를 꽂고 누워계셨대요.


그때, 가족들이 돌아가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지만…
그는 너무 무서워서, 할머니 곁에 다가가지 못했어요.
그저 문밖에서 조용히 서 있었대요.
다가가면… 정말 이별일 것 같아서요.


“그땐 몰랐어요.
인사를 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실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고,
그 후로 그는 30년을 지나도록
할머니의 손 한 번 제대로 잡아드리지 못한 걸
계속 마음에 품고 살아왔대요.


“30년이면 긴 시간이지만…
그날 놓친 인사 한마디는
그 마음속에서 한 번도 지나간 적이 없었어요.”


그는 이제 아빠가 되었고,
할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를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했어요.

“이번 어버이날엔,
딸아이의 손을 잡고
할머니를 찾아가려고 해요.”


그래서 저희는
시들지 않는 유리 카네이션을 화분에 담아
작은 헌사로 완성했습니다.

투명한 유리 화분 안에
붉은 카네이션 한 송이.
햇살이 닿으면 투명한 유리 안에서
그 꽃은 마치 ‘괜찮아, 다녀왔구나’라고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문장 하나—
“할머니, 다녀왔어요.”


그날, 또각엔
전하지 못했던 인사 하나가
30년을 돌아, 꽃이 되어
봄처럼, 다정하게 피어 있었어요.


 

📸 작품명: 〈시들지 않는 사랑을 담아〉
🔨 제작: 유리공방 또각
✍️ 글: Jiyu
📍 출처: Bonal [보통의 날]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는
유리처럼 투명하고 조심스러운 마음들을
이어붙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 2025. Jiyu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2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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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06

〈잘지내시죠, 신부님〉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오늘은,
고마워요.
그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꽃을 건넨 사람의 이야기예요.

 


그날 공방에는,
한 손님이 어머니의 부탁을 대신 전하러 찾아오셨어요.

“엄마가요, 어떤 분께 꽃다발을 드리고 싶대요.
근데 그냥 꽃이 아니라… 유리로 된 꽃이었으면 좋겠대요.”

그 부탁은,
아주 조용한 감정에서 시작됐어요.

오랜 시간 일을 해온 어머니는
늘 여행의 기회를 놓쳐야 했고,
그저 “다음에, 언젠가”라는 말을 되풀이하셨다고 해요.

그러다 어느 날,
어머니가 오래 다닌 성당에서
작은 성지순례가 계획되었어요.

몸이 괜찮던 그때는
마치 시간이 살며시 틈을 내어준 듯한 시기였죠.


낯선 사람들과의 여행이었지만,
같이 간 신도들과 신부님은
어머니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대요.

특히 신부님은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유난히 세심하게 챙겨주셨다고 해요.

그 여행은
단지 새로운 풍경을 본 것이 아니라,
오래 잊고 있던 “돌봄”을 다시 만난 시간이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여행이 끝난 직후,
그 신부님은 다른 성당으로 전근을 가시게 되었어요.

앞으로는 자주 뵐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이별과 감사, 두 감정을 함께 품고 고민하셨다고 해요.

“뭐라도 드리고 싶어요.
말 대신… 그런 게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유리꽃다발이었어요.

노란빛, 주황빛, 투명한 장미와 작은 들꽃.
마치 말하지 못한 고마움이
한 송이씩 피어난 모습이었죠.

“그 꽃을 보면… 아마 신부님도 아실 거예요.
그 시간들이 얼마나 깊고, 따뜻했는지를요.”




며칠 뒤,
그 유리꽃은 작고 정갈한 박스에 담겨
말없이, 그리고 조용히 전달되었어요.


그날, 또각엔
전하지 못한 말 하나가
꽃이 되어,
봄처럼, 조용히 피어 있었어요.


📸 작품명: 〈전하고 싶은 말이 꽃이 되어〉

🔨 제작: 유리공방 또각
✍️ 글: Jiyu
📍 출처: Bonal [보통의 날]


📜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는
유리처럼 투명하고 조심스러운 마음들을
이어붙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 2025. Jiyu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2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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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05
〈보석처럼 잠든 아이〉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오늘은,
조금 조용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까 해요.
유리로 만든, 아주 작은 집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 집은
가족에게 작별을 고하고
별이 된 한 아이를 위한 공간이에요.


의뢰인은… 제 가족이에요.
서울에서 홀로 오래 지내온 제 언니.
그리고 그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함께해준,
조용하고도 다정한 고양이, 뚱순이.


뚱순이는
기분이 좋을 때만 슬며시 다가와
머리를 부비고는, 곧장 멀어져 앉는—
자기만의 거리를 지키던 아이였어요.
하지만 집에 들어서면 늘 그 자리에 있어주던,
말 없는 가족이기도 했죠.


언니는 혼자 서울에서 20년 넘게 살아왔고,
그 시간 속에서
뚱순이는 친구이자 가족, 그리고 온기였어요.


몇 해 전부터 뚱순이는 아프기 시작했어요.
심장이 약해져 병원을 오가고,
약과 주사로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죠.
많은 것을 감당해야 했지만,
언니는 그 아이를 놓을 수 없었어요.


어느 날,
의사 선생님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언니는 말했죠.
“그때가 오면 꼭 연락해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 있을게요.”


그날, 언니는 일상처럼 일을 보던 중
말도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고 했어요.
설명할 수 없지만,
가만히 이렇게 말했대요.

“뚱순이에게 가봐야 할 것 같아.”


병원에 도착하자,
뚱순이는 마지막 힘을 내어
언니를 바라보며 작게 울었고,
언니는 그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어요.
언니는 아무 말 없이, 뚱순이를 가만히 안아주었어요.
30분 뒤,
뚱순이는 언니의 품 안에서
조용히, 아주 작게 숨을 거두었어요.


그날 밤,
언니는 한없이 울었어요.
“조금만 더 해볼 걸 그랬어.
조금만 더 잡아볼 걸…”


우리는 위로했어요.
“그렇게 사랑했으니까,
분명 평화로운 곳으로 갔을 거야.”

하지만 알았어요.
그 슬픔은 오롯이,
언니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걸요.


그래서 저는,
그 아이를 위해
작은 유리함 하나를 만들었어요.


뚜껑은 투명한 유리로,
속이 들여다보이게 만들었어요.
이별을 가리지 않는 마음이었으면 해서요.

뚜껑 위엔 밤하늘과 달을 담았어요.
잠든 뚱순이가
그 빛 아래 평온하길 바라며.


바닥은 진주빛 유리로 채웠어요.
가장 예쁜 유리를 골랐어요.
그 아이가 보석처럼 잠들 수 있도록.

그리고 옆면은
구름 같기도, 바다 같기도 한 유리로 감쌌어요.
이제는 더 넓고 자유로운 곳에서
그 아이가 편히 머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그날, 또각엔
아주 오래도록 사랑받은 아이 하나가
작은 유리집 속에서
반짝이는 기억이 되어
조용히, 그리고 다정하게 잠들어 있었어요.


📸 작품명: 뚱순이의 유골함
🔨 제작: 유리공방 또각
✍️ 글: Jiyu
📍 출처: https://bonalsday.tistory.com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는
유리처럼 투명하고 조심스러운 마음들을 이어붙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 2025. Jiyu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2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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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04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어느 날, 공방에
조심스럽고도 조용한 의뢰가 하나 도착했어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동백꽃으로...
도어벨을 하나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녀의 말은 담백했지만,
그 안에는 오래 묵혀 온 마음이 담겨 있었어요.


그녀의 엄마는
몇 년 전부터 병을 앓으며
오래도록 재활을 해오셨다고 해요.
이제야 몸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드디어 자신을 위한 공간을 하나 열게 되었죠.

“엄마의 꿈은, 언젠가 뜨개공방을 여는 거였어요.
하지만 삶이 너무 빡빡해서
늘 ‘언젠가’로 미뤄두기만 했어요.”


아프고 나서야,
엄마는 비로소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토록 바라던 꿈을
조금씩, 손끝으로 짜 넣기 시작했어요.


그 딸은 말했어요.

“엄마 축하해.
엄마 고마워.
엄마 사랑해...
말로는 잘 못하지만,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그 마음이 울리면 좋겠어요.”


그녀는 엄마가 가장 좋아하던 꽃,
동백꽃으로
도어벨 썬캐쳐를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유리 위에 선명한 붉은 꽃.
그 옆엔 투명한 이파리 몇 장.
빛을 받으면
소리 없이 살랑이는 조용한 선율.


며칠 뒤,
완성된 도어벨을 포장하며
저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이건… 사랑을 말 대신 걸어두는 방법이구나.”


그날, 또각엔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 하나가
유리 위에서
봄처럼, 처음 피어난 꽃처럼—
조용히 울리고 있었어요.


📸 작품명: 동백꽃 도어벨 썬캐쳐
🔨 제작: 유리공방 또각
✍️ 글: Jiyu
📍 출처: https://bonalsday.tistory.com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는
유리처럼 투명하고 조심스러운 마음들을 이어붙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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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03〈내 마음에서 나는 소리, 또각〉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오늘은… 제 이야기예요.
그동안은 누군가의 기억을 유리에 담아왔지만,
이번만큼은, 제가 만든 유리 하나에
제 마음을 비춰보려고 해요.


처음 유리를 자를 때,
그 조용한 '또각' 소리가…
제 마음속 어디선가 같이 울렸어요.
그건 두려움일까요, 설렘일까요?
아마도...
“나, 이걸 정말 좋아하나 봐.”
라는 깨달음에 가까웠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어느 날,
108조각의 유리를 자르고 붙여
조명 하나를 만들었어요.

장미가 중심에 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머금는 조명.

지금도 그 조명을 보면 생각나요.
그땐 정말… 악에 받쳐 만들었어요.
힘든 시기였고, 기술은 부족했고,
그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그 마음 하나로 삼일을 내리 달렸죠.


그 조명은 아직도 공방 한켠에 있어요.
가끔 누군가 “이거 얼마예요?” 하고 묻지만,
저는 쉽게 대답하지 못해요.
그건 값을 매길 수 없는 시간과 마음이라서요.


사람들은 가끔 물어요.
“왜 유리예요?”
“다른 공예도 있었을 텐데…”

그럴 때 저는 말하곤 해요.
“유리는…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순간을 주는 재료예요.”

그 조각 하나하나에
남의 시선도, 평가도, 필요 없어요.
그저 내가 좋으면, 그걸로 충분한 세계.


게다가 유리는요—
빛에 따라 색이 달라져요.
계절, 날씨, 시간…


어느 한 순간도 같은 모습이 아니에요.

그게 매일매일 새롭게 살아 있는 감정 같아서
볼 때마다 짜릿하고, 다시 사랑하게 돼요.


그리고 이 공방은,
그런 유리를 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에요.
이 공간이 사라지면,
아마도 저는 제 마음을 잊고 살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공간은,
저에게… 나 자신이에요.


그날, 또각엔
내 마음에서 나는 아주 조용한 소리 하나가
유리 위에 머물러 있었어요.
내가 나를 잊지 않도록.
내가 나를 다시 이어붙일 수 있도록.


📸 작품명: 장미 조명
🔨 제작: 유리공방 또각
✍️ 글: Jiyu
📍 출처
https://bonalsday.tistory.com/
출처: Bonal [보통의 날] : 티스토리


📜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는
유리처럼 투명하고 조심스러운 마음들을 이어붙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 2025. Jiyu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2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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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02. 달 위의 강아지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오늘은, 한 손님이 오셨어요.
그녀는 조용히 말했어요.



"그냥… 달 위에 강아지가 앉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위에 별 하나. 딱 그 별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면…

괜찮을 것 같아요."



그녀의 말은 아주 조심스러웠지만,
그 안엔 오래된 기억이 가만히 숨 쉬고 있었어요.

어릴 적,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했어요.
낯선 땅에서 마음 붙일 곳 없이 지내던 시절,
유일하게 따뜻하게 맞아주던 존재가 작은 강아지였다고요.



"그 아이 덕분에 가족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집에 들어오면 막 꼬리 흔들고 뛰어오고…
그 애 덕분에, 우리도 많이 웃었어요."






그 강아지는 십몇 년을 함께 하다
어느 겨울, 별처럼 조용히 떠났대요.



지금은 또 다른 강아지를 키우고 있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건
그때, 처음으로 ‘우리’라는 느낌을 준
그 아이라고 했어요.





"그냥요, 그 아이가 달 위에 앉아 별 하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면 해요.
그 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바라보는 그 마음이면 충분하니까요."


그녀는 오래된 강아지의 사진을 보여줬어요.
귀의 색이 살짝 다르고,
목에는 붉은색 목줄이 있었어요.





나는 천천히 유리를 깎고, 이어붙이며 생각했어요.


그녀가 만든 그리움은
사실, 아주 정확한 모습이 아니라
감정의 모양이었다는 걸.





며칠 뒤,
유리로 만들어진 강아지가
노란 달 위에 조용히 앉아 있었어요.
그 위엔 작은 별 하나.
그 별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한 강아지의 모습이었어요.




"엄마한테 보내려고요.
지금 그 집에 계신데…
이 아이가 엄마 옆 창가에서 빛처럼 함께 있었으면 해서요."





그날, 또각엔
사랑을 닮은 그리움 하나가
달빛처럼, 유리 위에 내려앉았어요.


📸 작품명: 달 위의 강아지
🔨 제작: 유리공방 또각
✍️ 글: Jiyu
📍 출처: https://bonalsday.tistory.com/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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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01 루브르의 그림자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오늘은, 한 남자분이 공방을 찾으셨어요.
겨울 외투 안에 조심스레 품고 온 건…
사진 한 장이었죠.
밤의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 앞에서 서로 마주 선 두 사람.
빛보다 진한 그림자가
포개지듯 하나로 겹쳐져 있는 모습이었어요.
“신혼여행 때 찍은 거예요.”
“결혼 1주년 선물로... 이 장면을
유리로 남기고 싶어서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어떤 기억이 담긴 사진인가요?”
그는 잠시 웃었어요.
그리고… 말을 시작했죠.


“첫날, 파리 공항에서 캐리어 하나가
안 나왔어요.
1시간 넘게 기다리다가…
프론트에서
‘내일 도착 예정’이란말을 들었죠.”

“그 순간엔, 진짜 아무 말도 안 나왔어요.
근데 둘째 날, 캐리어를 다시 찾았을 때…
신에게 감사 인사할 뻔했다니까요.”
웃으며 말했지만, 그 눈빛엔 그때의
간절함이 담겨 있었어요.
“그날은 또… 지하철 파업도 있었거든요.
길을 헤매다가… 시간 지난 티켓으로
단속에 걸렸죠.
벌금이 무려 100유로.
진짜 속상했어요.”


“그래도 둘째 날엔 스냅사진을 찍었어요.
그 중 한 장이, 이 사진이에요.

 


루브르 앞, 마지막으로 웃던 순간.”
그는 잠시 멈췄어요.
말이, 조금 느려졌죠.
“…그리고, 그날 밤.
우리는 소매치기를 당했어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일어나니…
가방이 사라져 있었어요.”
“쫓아갔지만… 이미 늦었죠.”


나는 숨을 고르며 유리 위에
사진을 눌러놓았어요.
그림자가 깊어진 지점에 유리를 겹쳐 대고
빛이 머무는 결을 따라 선을 그었죠.


“셋째 날엔 크리스마스 마켓을 갔어요.
루브르 옆 뛸르히 가든에서요.
뱅쇼를 마시고, 관람차를 탔고…
아내는 그날 정말 많이 웃었어요.”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이
더 많았던 여행이었는데…
이상하게, 가장 따뜻한 기억은
그 여행에 있더라고요.”


나는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어요.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 말했어요.
“몽마르뜨 언덕 위였어요.
햇살이 살짝 기울던 그때…
아내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행복은 말이야… 잘 깨지니까
그만큼 더 조심스럽게 이어붙이는 거야.’
그 말이 마음에 남았어요.
유리처럼, 얇고 투명하고 예쁘지만
조금만 부딪히면 금이 가버릴 수도 있는…


며칠 뒤,
그 조각들로 만든 유리 프레임 안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햇살 속에서 조용히 반짝였어요.
사진 속 그림자,
이젠 유리 속의 빛이 되었죠.
그날, 또각엔
함께였기에 더 빛났던
조금은 조심스럽고,
많이 따뜻한 유리 하나가
남았어요.


📸 작품명: 루브르의 그림자
🔨 제작: 유리공방 또각
✍️ 글: Jiyu
📍 출처: https://bonalsday.tistory.com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는  
유리처럼 투명하고 조심스러운 마음들을 
이어붙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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