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01 루브르의 그림자
에피소드 #01 루브르의 그림자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
오늘은, 한 남자분이 공방을 찾으셨어요.
겨울 외투 안에 조심스레 품고 온 건…
사진 한 장이었죠.
밤의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 앞에서 서로 마주 선 두 사람.
빛보다 진한 그림자가
포개지듯 하나로 겹쳐져 있는 모습이었어요.
“신혼여행 때 찍은 거예요.”
“결혼 1주년 선물로... 이 장면을
유리로 남기고 싶어서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어떤 기억이 담긴 사진인가요?”
그는 잠시 웃었어요.
그리고… 말을 시작했죠.
“첫날, 파리 공항에서 캐리어 하나가
안 나왔어요.
1시간 넘게 기다리다가…
프론트에서
‘내일 도착 예정’이란말을 들었죠.”

“그 순간엔, 진짜 아무 말도 안 나왔어요.
근데 둘째 날, 캐리어를 다시 찾았을 때…
신에게 감사 인사할 뻔했다니까요.”
웃으며 말했지만, 그 눈빛엔 그때의
간절함이 담겨 있었어요.
“그날은 또… 지하철 파업도 있었거든요.
길을 헤매다가… 시간 지난 티켓으로
단속에 걸렸죠.
벌금이 무려 100유로.
진짜 속상했어요.”
“그래도 둘째 날엔 스냅사진을 찍었어요.
그 중 한 장이, 이 사진이에요.

루브르 앞, 마지막으로 웃던 순간.”
그는 잠시 멈췄어요.
말이, 조금 느려졌죠.
“…그리고, 그날 밤.
우리는 소매치기를 당했어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일어나니…
가방이 사라져 있었어요.”
“쫓아갔지만… 이미 늦었죠.”
나는 숨을 고르며 유리 위에
사진을 눌러놓았어요.
그림자가 깊어진 지점에 유리를 겹쳐 대고
빛이 머무는 결을 따라 선을 그었죠.
“셋째 날엔 크리스마스 마켓을 갔어요.
루브르 옆 뛸르히 가든에서요.
뱅쇼를 마시고, 관람차를 탔고…
아내는 그날 정말 많이 웃었어요.”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이
더 많았던 여행이었는데…
이상하게, 가장 따뜻한 기억은
그 여행에 있더라고요.”
나는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어요.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 말했어요.
“몽마르뜨 언덕 위였어요.
햇살이 살짝 기울던 그때…
아내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행복은 말이야… 잘 깨지니까
그만큼 더 조심스럽게 이어붙이는 거야.’
그 말이 마음에 남았어요.
유리처럼, 얇고 투명하고 예쁘지만
조금만 부딪히면 금이 가버릴 수도 있는…
며칠 뒤,
그 조각들로 만든 유리 프레임 안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햇살 속에서 조용히 반짝였어요.
사진 속 그림자,
이젠 유리 속의 빛이 되었죠.
그날, 또각엔
함께였기에 더 빛났던
조금은 조심스럽고,
많이 따뜻한 유리 하나가
남았어요.

📸 작품명: 루브르의 그림자
🔨 제작: 유리공방 또각
✍️ 글: Jiyu
📍 출처: https://bonalsday.tistory.com
《안녕하세요. 유리공방 또각입니다.》는
유리처럼 투명하고 조심스러운 마음들을
이어붙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 2025. Ji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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